2010년 9월 26일 일요일

[무협 연재] 성수의가 14

4. 중원출행

소림 십팔나한과 녹림 이십사절객이 엽정의 이야기에 몰두해 가고 있을 무렵 조금 전의 나이 어린 산적이 불쑥 끼어들며 엽정에게 물어왔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요? 관군까지 합류했으면 혈사교의 무리들이 빠져 나갈 틈은 없었겠군요."
"그렇지. 하지만 자세한 내막은 나도 알 수 없어. 왜냐하면 혈사교의 총단으로 들어간 것은 성수신의와 성수의가 식솔들 삼십명이 전부였거든."
"아니. 왜요? 관군들과 나머지 무림인들은요?"
"그게 말이야. 신의께서 의가의 일은 의가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같이 갔던 무림인들과 관군들에게는 혈사교 총단의 외곽 봉쇄를 맡겼기 때문이야. 그러니 성수의가 식솔들 외에는 혈사교 총단으로 들어가 본 이가 없었지."
"그럼 혈사교가 멸문한 것은 성수의가 때문이라는 말씀이세요?"
"그래. 그것도 딱 두시진만이었다. 두시진만에 혈사교주를 비롯한 혈사교의 주요 인물들이 모조리 단전을 파괴당한채 끌려 나오더군. 내가 직접 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고 했을거야."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소림 십팔나한과 녹림 이십사절객이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을 그 시각 성수신의 나운학은 철무륵을 비롯하여 일성 도장과 혜명 대사, 그리고 장총관과 함께 자신의 서재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서재의 열린 창 너머에서는 설지가 뒷짐을 진채 땅바닥을 바라보며 오락가락 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는데 서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눈에 비친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모두는 설지의 발걸음을 눈으로 쫓고 있었다.

서재의 문 앞 마루에서는 호아가 편안한 자세로 엎드려 설지와 설지의 뒤를 따라 함께 왔다 갔다 하고 있는 백아의 모습을 눈으로 따르고 있는 중이었다. 다과를 챙겨들고 서재를 향해 오고 있던 교혜린이 이 모습을 발견하고 설지에게 말을 걸었다.
"설지야! 너 왜 그러고 있니?"
"응? 응! 응!"
설지의 엉뚱한 대답에 교혜린은 짤랑짤랑한 교소를 터트리며 다시 설지에게 물었다.
"호호호! 얘는 뭐가 응응응이야. 지금 무슨 생각을 그리 하고 있는거니?"
"응? 아! 헤헤헤.. 응, 교언니. 다른게 아니고 밍밍이 때문에 그래."
"밍밍이? 밍밍이가 왜?"
"그게 지금 밍밍이가 외출 금지 중이거든. 그런데 내일 내가 중원으로 가잖아. 그래서 밍밍이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지금 심각하게 고민 중이야."
"호호호! 밍밍이가 또 호아를 따라 술마시다 들킨 모양이로구나. 그게 무슨 고민이라고 그러니?"
"응? 그럼 교언니는 무슨 방법이 있어?"
"그럼 있지. 우리 성수의가의 귀여운 소가주께서 중원으로 처음 나가시는데 당연히 애마도 함께 가야하지 않겠니? 그러니 외출 금지령은 뒤로 미뤘다가 돌아와서 다시 내리면 되지 않겠니!"
" 아! 그렇구나. 헤헤헤. 언니 고마워."

교혜린의 말에 설지는 손뼉을 짝 치며 탄성을 뱉은 후 부리나케 마굿간을 향해 뛰어 가며 외쳤다.
'언니! 나 밍밍이 한테 가 볼께. 밍밍아! 밍밍아!"
설지가 뛰어가자 그때까지 느긋하게 엎드려 있던 호아가 어느새 일어나 설지의 뒤를 바짝 따르고 있었으며 그 곁에는 백아도 함께 하고 있었다. 소리치며 뛰어가는 설지와 두마리 작은 호랑이의 모습을 미소로 지켜보고 있던 교혜린은 다과상을 들고 서재의 문 앞으로 다가가 조용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서재의 안에서는 교혜린과 설지의 이런 대화를 모두 듣고 있던 참이었는데 설지가 마굿간으로 뛰어가고 교혜린이 안으로 들어오자 철무륵이 다른 이들을 대신하여 교혜린에게 말을 걸었다.

"교소저! 밍밍이라면 제놈이 한혈보마인줄로 알고 있는 그 영악한 당나귀를 말함이 아니오?"
"호호! 예. 철대협. 맞습니다. 설지가 무척 좋아하는 바로 그 당나귀가 바로 밍밍이랍니다."
교혜린의 대답을 듣자 철무륵은 괴소를 흘리며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방안의 인물들을 향해 말을 이었다.
"크흐흐. 이번 의가의 중원 출행은 예전과 달리 무척 재미있을 것 같지 않소? 만년삼왕과 두마리의 천년마령호, 거기에다 당나귀 주제에 한혈보마로 착각하고 있는 밍밍이 까지 더해지니 이번 출행이 상당히 기대가 되오이다. 크하하!"

아닌게 아니라 철무륵의 말을 듣던 방안의 인물들도 모두 철무륵과 같은 생각인지 입가에 미소를 달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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