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9일 일요일

대구 파티마 병원 81병동의 나날 5

 

5. 첫눈 내리던 날

지구 온난화라는 말이 무색하게 올 겨울은 유난히도 매서운 추위가 연일 계속 되고 있다. 그런가운데 눈 구경이 쉽지 않은 대구에서는 지난 연말 부터 며칠 동안 제법 많은 눈이 내려 길위에 소복이 쌓이면서 겨울다운 겨울을 느끼게 해주었다. 첫눈 오던 날의 가벼운 설레임은 병원에서 지내야 하는 환자나 환자 보호자들에게도 찾아와 오랜만에 얼굴에 따스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해주었다. 첫눈 내리던 그날 밤은 나도 작은 설레임으로 모처럼만의 눈 구경을 위해 병원 현관에 서서 주위를 둘러 보고 있었는데 병원의 경비를 책임지고 있는 분이 다가와 이런 말을 건넸다.
"눈 때문에 사람들이 웃게 되어서 좋습니다."

근무 시간 내내 무거운 표정으로 병원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다가 첫눈 오는 날의 사람들 표정에서 가벼운 미소를 발견하고는 내게 다가와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그래 첫눈 오는 오늘만큼은 모두가 행복한 기분으로 하루를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그 아저씨가 툭 던진 말로 인해 내 머리 속에 자리잡을 즈음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위의 사진은 성모상이 서 있는 곳에서 도로 쪽을 향해 찍은 사진으로 제법 많은 눈이 쌓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휴대폰을 꺼내 눈내리는 주변 경치를 몇장 찍기 위해 주변을 휘휘 둘러 보았지만 마땅한 풍경이 시야에 들어 오지 않아 성모상이 서있는 또 다른 출입구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는데 문득 차가운 맥주 생각이 너무도 간절하게 나를 옭아매는 것이었다. 결국 망설이다 늘 가지고 다니는 mp3 플레이어의 이어폰을 귀에 꽂고 가까운 할인 마트로 가서 캔 맥주 하나를 손에 들어야 했다.

'딱'하는 경쾌한 소리로 열린 맥주 캔을 입으로 가져 가며 길을 걷는데 그 순간 귓가를 울리는 음악들과 함께 참 많은 생각들이 머리 속을 오가며 헤집어 놓는 바람에 갑자기 가슴 속이 답답해져 오는 묘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첫눈과 함께 다가 온 묘한 기분을 차가운 맥주와 느린 걸음으로 눈을 맞으며 애써 털어버리고 병원의 현관에 도착하여 사진 몇장을 찍기 위해 식당과 제과점이 있는 통로를 거쳐 성모상이 있는 출입구로 향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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