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마 병원 81 병동이 뭐야?
새해가 밝았다. 엄밀히 따지자면 아직은 2010년이겠지만 양력 기준으로 새해가 밝았으니 또 한살 먹은 셈인가. 근 한달이 넘는 기간 동안 제멋대로 자란 머리카락을 1월 1일 새해 첫날 아침에 오랜만에 들른 미용실에서 깔끔히 정리하고 미용실 문을 나서자 싸늘한 찬 바람이 나를 반긴다. 머리카락을 정리하면 하루를 기분 좋게 보낼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분명 살을 에이는 찬바람임에도 새해에는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찾아오는 순간이었다. "그래! 올 한해는 분명 좋은 일이 많이 생길거야!"
파티마 병원의 입원실은 동관과 서관으로 나누어 지는데 81병동은 서관에 자리하고 있다. 8층에 자리하고 있는 81병동은 801호에서 부터 814호 까지 있으며 병실은 1인실과 2인실, 그리고 5인실과 6인실로 구성되어 있다. 병실의 입원료는 1인실이 하루 17만 8천5백원이며, 2인실이 7만 8천 5백원, 5인실이 1만 8천 5백원, 그리고 마지막으로 6인실이 8천 5백원으로 정해져 있다. (입원료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이 가운데 2인실과 6인실은 너무 복잡해서 쾌적하지 않으므로 혹시라도 불가피하게 병실을 이용해야 한다면 5인실을 권장하고 싶다. 물론 화장실에서 5만원 짜리 지폐를 휴지 대용으로 사용하시는 분들은 1인실을 이용하면 되겠다. 위의 사진은 81병동 쪽의 '엘리베이터 홀(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넓은 공간)'에서 천정에 붙은 푯말을 찍은 것으로 반대편으로는 82병동이 자리하고 있다.
주로 내과 환자들이 이용하는 81병동은 대충 십여명 정도의 간호사들이 하루 세번 교대 근무를 하며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데 늘 각종 약품들이 실려 있는 카트(작은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차례대로 병실을 순회하는 방식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대학 1학년인 간호학과 학생들이 2주간 실습을 나와서 현장 경험을 쌓기도 하는데 학생 간호사들의 주 업무는 병실을 순회하며 '바이털사인(Vital Sign: 맥박, 호흡, 체온, 혈압의 생명 징후)'을 관찰하는 것이다.
학생 간호사들의 첫날을 지켜보면 늘 반복되는 재미있는 일이 생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바로 잦은 혈압 측정으로 인해 투병에 지친 환자들이 짜증스러워 하는 순간의 대처법이다. 이럴때면 한결 같은 반응이 학생 간호사들에게서 일어나는데 몹시 당황스러워하며 버벅거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첫날만 지나면 어느 새 그런 짜증에 익숙해져서는 환자들을 아기다루듯 달래며 능숙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며 경험이라는 것이 이렇듯 중요하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 학생 간호사들은 2주간의 실습이 끝나는 마지막 날을 그렇게도 좋아하는데 아마도 학생의 신분으로 보수도 없는 실습 생활이 무척이나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참고로 학생 간호사들의 실습은 해당 대학에서 병원 측에 실습비를 내고 2주간의 실습을 시키고 있으며 학교 측이 마련한 숙소에서 함께 실습 나온 모든 학생들이 숙식을 함께 하며 실습을 하고 있다. 당연히 식대도 본인들이 부담하고 있으며 의문 사항을 간호사들에게 문의해도 돌아오는 것은 간호사들의 무뚝뚝하고 친절하지 않은 응대이니 이 모든 것을 참아 넘기며 실습 생활을 하는 그녀들의 고역을 말로 다 할수 있을까?
하지만 학생 간호사들 역시 취업해서 현장에서 활동하다 보면 자신들도 실습 기간에 마주쳤던 간호사들과 똑 같은 방식으로 학생 간호사들을 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인생이란 재미있는 것이기도 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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