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8일 토요일

대구 파티마 병원 81 병동의 나날 2

 

대구 파티마 병원 81 병동의 나날 2

 

간혹 전문직에 종사하는 주변인들 중에서 자신의 직업과 연관된 전문 지식과 일반 상식의 경계를 명확히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상태가 나빠지신 어머니를 모시고 두번째로 찾은 파티마 병원 응급실에서 마주친 전문 지식과 상식의 경계를 이해 못하는 그런 사람들로 인해 기분 나쁜 경험을 한 나는 응급실에서 스물 여섯 시간을 기다린 후인 12월 1일에 가까스로 52병동의 541호실로 어머니를 입원시킬 수 있었다.

소아 병동인 52병동의 병실 하나가 모자란 병실을 대신하게 된 셈인데 제대로 몸을 가누시지 못하고 기력을 완전히 놓아버리신 어머니를 생각한다면 이마저도  다행인 셈이라고 안도할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소아 병동 간호사들의 처치를 받으며 입원해 있던 어머니의 상태는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급기야 코피를 쏟은후 피를 토하는 상태에 이르러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결국 12월 5일이 되자 파티마 병원의 담당 주치의는 내과 병동인 81병동으로 어머니를 옮기게 하고 내과 전문 간호사들의 처치를 받을 수 있게 조치를 취해 주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병실 부족으로 인한 사유가 있었기에 납득 못할 일도 아니지만 이미 응급실에서 상당히 불쾌한 경험을 한 이후라서 그런지 평정심을 잃어버린 내 마음을 다스리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지 못하는 아주 질나쁜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면서 '죄송합니다'라는 한마디 말을 하는게 그토록 어려운 일이었을까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며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니 이 또한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솔직한 사과는 부끄러운 일이 절대 아니거늘...

하여간 이전에 한번 입원했던 81병동의 같은 병실을 다시 사용하게 된 어머니는 눈에 띄게 좋아지시지는 않았지만 점차 안정적인 상태가 되면서 철렁했던 나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였다. 다시 찾은 81병동에서 다시 만난 수호 천사들은 여전한 모습으로 환우들을 대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이x름 간호사님과 서x숙 간호사님이 예전의 인연을 잊지 않고 정겨운 미소로 반겨주어 가슴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던 불안한 마음을 씻어내리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병원에서의 인연이 뭐 그리 좋은 것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물에 빠진 사람의 심정이란 것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듯 가슴 한켠의 불안함을 지워내는데 이보다 더 큰 인연이 또 있을까? 지난 18일간의 병원 생활은 어머니도 나도 무척 힘이 들었지만 다음 주 중에 퇴원을 예상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되어 감을 지켜보며 다시 한번 81병동을 지키는 그녀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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